축제마다 전통 의상을 입고 뛰쳐나와 퍼레이드를 하는 모라비안들의 땅.
보헤미아와 함께 체코를 양분해온 긍지 높은 모라비아의 일곱 도시를 다녀왔다.
↑ 체코 동부 모라비아
↑ 체코 동부 모라비아
↑ 세 친구의 여유로운 한때.
↑ 클렌트니체의 아침 전경
↑ 발티체 성 근처
↑ 클렌트니체
↑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들
↑ 먹거리
↑ 가장행렬
↑ 자유 광장
↑ 올로모우츠의 대학가
↑ 모라비아 전경
↑ 가장행렬
↑ 크로메르지시의 플라워 가든
↑ 남모라비아의 벌판
↑ 남모라비아의 포도
↑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체코에 간다고 하자 사방에서 맹렬한 감탄사가 쏟아졌다. 좋겠다, 부럽다, 데려가, 나는? 한참이나 이어지던 맥락 없는 음절들 사이로 갑자기 완성형의 문장 하나가 귀에 날아와 박혀버렸다. "근데 거기(거기가 어딘지는 잊은 말투로), 프라하랑은 가까워?" 물론 알고는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프라하'라는 다리 없이 곧바로 체코를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둘은 한 세트. 체코의 역사를 알고, 보헤미아Bohemia와 모라비아Moravia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잠시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체코의 모라비아"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그 애매한 막연함의 정체를 깨닫는 듯했다. 나를 당황시킨 건 모라비아가 어떤 곳인지, 도시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범주인지, 체코의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프라하를 먼저 떠올렸다는 거다. 지인들 중 누구도 모라비아에 대해 아는 이는 없었다. 체코와 모라비아. 도무지 입에 착 붙지 않는 둘을 머릿속으로 연결 짓기 위해선 우선 이 땅의 역사를 알아야 했다. 오늘날 체코 땅을 크게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실레지아Silesia 지역으로 나누는 건 사실 행정상의 구분이 아니다. 이건 역사적 구분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 전, 현재의 체코와 슬로바키아 지역에 대 모라비아 제국이 세워졌다. 이 제국은 일종의 연방국가였는데, 당시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슬로바키아에 정착해 살던 슬라브족의 규합이었다. 제국은 번창했고, 곧 실레지아와 서헝가리, 폴란드의 일부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형성했다. 그러나 헝가리 땅으로 이주해온 마자르인의 침략으로 점차 국력이 쇠약해지더니 슬라브족 최초의 대국이란 영광은 10세기 초, 끝내 짧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 모라비아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나라의 명맥은 이어졌지만, 모라비아란 이름 자체가 체코 영토 내에서 역사적이나 문화적으로 강력한 우위를 점하는 일은 없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나 접경 국가와의 전쟁, 체코슬로바키아의 결합과 분리, 공산주의 정권의 등장과 몰락 등 오랜 고난의 역사가 이어졌지만, 유럽 근현대사의 비극적 주인공 자리 역시 보헤미아 왕국과 프라하가 온통 쓸어간 뒤였다. 굳이 따지자면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외형이 '아주 엄청나게 많이' 달라 보이진 않았다. 특히 모라비아 제국의 중심지였던 올로모우츠Olomouc는 프라하와 대부분의 주요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옛 나라의 천년 고도로서 유서 깊은 문화재가 그득했고, 시대별 건축의 역사가 구시가 거리마다 탄탄했다. 눈에 띄게 다른 건 오직 그 거리의 사람들뿐. 모라비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모라비아인들이었다. 적당히 수줍어했고, 적당히 무뚝뚝했다. 관광객을 능란하게 요리하는 입담이나 상술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햇볕 좋은 날 프라하의 카를 교나 구시가 광장을 걸을 때의 그 엄청난 인파를, 모라비아의 일곱 도시에선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여행이란 철저히 취향의 문제란 생각을 늘 해왔다. 같은 시기에 같은 나라로 떠나도, 누군가 산과 바다를 찾으면 누군가는 도심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것이 여행이라고.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모든 일정을 마치고 프라하로 돌아왔을 때, 브르노Brno 자유 광장의 적요한 아침이 떠올랐다. 크로메르지시Kromeˇrˇi?의 정원에서 만난 멋쟁이 할아버지도 떠올랐다. '필스너 맥주의 본고장' 체코에서 맥주보다 와인을 더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사는 땅. 끝도 없이 이어지던 미쿨로프Mikulov의 포도밭 사이에 다시 한 번 서고 싶었다.
모라비아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중세 제국의 중심지였던 올로모우츠부터 현대 모라비아의 심장 브르노까지, 이 땅을 여행하는 데 유용한 정보들.
↑ 올로모우츠
올로모우츠의 구시가를 제대로 정복하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튼튼한 두 다리. 그리고 총 190여 곳의 할인 및 무료 입장을 도와주는 올로모우츠 레이즌 카드Olomouc Region Card다. 여행자를 위한 일종의 시티 카드인데, 성 바츨라프 성당, 올로모우츠 동물원 등 도시의 명소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버스나 트램 같은 대중교통 시설 역시 무료이며 일대의 호텔 및 레스토랑을 엄선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카드는 2일권과 5일권 두 종류이며 성인 기준으로 각각 240, 480코루나다.
↑ 브르노
브르노에 초행길이라면 꼭 품고 다니길 권하는 지도가 있다. 이름하여 '로컬이 만든 젊은 여행자들을 위한 지도Free Map for Young Travellers Made by Locals'. 주요 관광지는 물론 바와 클럽, 슈퍼마켓, 카페, 레스토랑, 각종 숍 등 젊은 로컬들이 사랑하는 브르노의 핫 플레이스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와이파이 및 흡연 가능 여부, 현지인처럼 노는 법 등 별것 아닌 듯해도 알아두면 꽤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브르노 외 체코의 도시 중에는 올로모우츠, 플젠Plzen, 오스트라바Ostrava, 프라하에도 이 지도가 있다.
↑ 크로메르지시
성과 정원으로 유명한 크로메르지시는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이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웅장한 성과 아기자기한 광장, 섬세하고도 화려한 정원이 고급스러운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에서 <아마데우스>, <나폴레옹>, <위대한 카트린느> 등 다양한 영화가 촬영되었다. 특히 유명한 작품이 밀로스 포먼Milos Forman 감독의 <아마데우스>다. 톰 헐스Tom Hulce와 F. 머레이 아브라함F. Murray Abraham이 각각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맡은 이 영화는 크로메르지시로 떠나기 전, 도시의 매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좋은 참고서다.
↑ 레드니체
레드니체Lednice 성을 둘러싼 엄청난 규모의 정원을 도보로 전부 둘러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물론 시간이 아주 많다면 상관없지만, 좀 더 집약적이고도 이색적인 방법을 원한다면 마차 또는 보트 투어를 추천한다. 마차 투어는 레드니체 성 인근의 마우르스카 보다르나Maurska vodarna와 자노하라드Janohrad 사이를 오가는 몇 가지 코스를 각각 편도로 운행하는데, 일반적인 관광 투어는 물론 웨딩 마차와 같은 이벤트 투어도 진행한다. 레드니체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보트 투어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 발티체
발티체Valtice 성 지하에 위치한 국립와인협회는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매년 그해 최고의 체코 와인 100종을 선정한 뒤, 협회 내 셀러에 저장해두고 방문객들에게 시음 및 판매를 진행한다. 15회째를 맞는 올해의 경우 총 750여 종의 와인이 예선에 참여했다. 국립와인협회의 셀러는 실제로 발티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저장고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투어 종류와 테이스팅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 성인을 기준으로 90~210코루나 정도다. 월요일은 휴무.
Traveller's Tip
체코의 어떤 도시를 여행하든 일단 프라하 공항을 거쳐야 한다. 프라하까지 직항편은 체코항공과 대한항공에서 운영한다. 두 항공편 모두 오전 12시 45분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도착한다.
체코와 인근 국가를 버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스튜던트 에이전시는 이미 많은 현지인들에게 평판이 좋다. 모라비아 내에서 스튜던트 에이전시로 이동하기 좋은 도시는 크로메르지시와 텔치Telcˇ , 그리고 브르노다. 여정 동안 커피를 비롯한 음료, 신문이 무료로 제공되며, 영화 감상 및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티켓은 현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7시간 느리다.
1코루나=약 49원(2015년 9월 20일 기준)
여행 전, 체코관광청 공식 블로그(blog.naver.com/ cztseoul)와
체코관광청 홈페이지(www.czechtourism.com)는잊지 말고 꼭 확인하자.
류현경
포토그래퍼 백지현
취재 협조 체코관광청 한국사무소www.czechtourism.com체코항공www.czechairlines.com